『「그러니 눈을 공양하고 보시하는 건 정말 말도 안 됩니다. 불필요하며 무의미합니다. 폐하는 일국의 왕이며 성결한 명군이시니 눈이 있으셔야 합니다. 그래야 국사를 돌보시고 이 모든 사람들, 모든 백성들, 속국의 백성들도 돌보실 수 있으십니다」』 『「눈이 있으셔야 모두를 위해 계속해서 선행을 하시고 공덕을 쌓으실 수 있습니다. 그래야 백성들이 오래도록 행복할 것입니다. 폐하가 두 눈을 잃으시면 그건 마치 나라와 백성들이 밝은 등불 하나를 잃거나 그들의 눈을 잃는 것과 같사옵니다. 부디 그만두시옵소서. 이 생각, 이 청을 없던 일로 하시옵소서」』
『왕의 신하들, 왕비들, 후궁들, 모든 왕자들을 포함한 모든 이들이 이 때문에 큰 수심에 잠겼다. 그들도 왕을 말렸지만 왕은 듣지 않았고 그래서 다들 무척 슬퍼했다. 그들은 먹는 것도 잊고 잠도 못 잤다. 온 나라가 혼란과 슬픔에 잠겼다』 『그러자 왕세자가 부왕에게 말했다. 「아바마마, 그 눈 먼 브라만에게 눈이 필요하다면 제 눈을 떼어 주겠습니다. 아바마마는 안 되십니다. 아주 많은 나라의 국부이시니까요. 눈이 있으셔야 합니다. 비록 저는 죽더라도…」』 그들은 생각하길, 왕이 두 눈을 빼면 목숨을 잃거나 아주 오랫동안 앓게 될 것이라 여겼죠. 그래서 왕자도 자기 눈을 빼내면 죽을 거라 생각한 거죠.
『왕자는 말했다. 「저는 죽더라도 부왕께서 계시면 우리 나라와 다른 나라들이 안전할 것이니 제 눈을 대신 빼게 해주십시오」』 왕세자 역시 무척 고귀했어요. 『왕은 모두가 그렇게 와서 만류하려는 걸 보고 일어서서 아주 단호하고 권위 있는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모든 왕들과 백성들은 들으시오. 오늘 내가 눈을 공양하는 데는 한가지 이유가 있소」』 한가지 이유가 있네요. 네, 눈을 준 목적이요. 통역이 무척 어렵다는 걸 알기에 여러분이 막히면 난 도와줍니다. 그런데 내가 막히면 아무도 안 도와주네요. 오, 도와줍니다. 네.
『「나는 세세생생 생사를 윤회하며 많은 몸을 가졌었소. 전생의 내 육신에서 나온 뼈들을 다 추려서 한 곳에 모으면 수미산보다도 더 높을 것이오」』 인도의 가장 높은 산이죠. 『「또 아득한 먼 옛날 내가 존재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내 피들을 다 합친다면 사대양의 바닷물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더 많을 것이오. 게다가 만남과 이별 속에서 많은 사람이 나로 인해 울었소. 지금까지 내가 사는 동안 이런 작별의 시간에 흘린 눈물들을 다 모은다면 대양 전체를 덮고도 남을 것이오」』
『「혹여 내가 지옥에 가서 불에 타거나 고문을 당했다면 내 눈들은 쓸모없이 모두 버려졌을 것이오. 얼마나 많은 내 눈이 쓸모없이 버려졌는지 헤아릴 수 없을 것이오. 내가 아귀가 되었을 때는 내 몸에서 불이 나와 몸을 태워버려 다른 모습이 되니 수많은 눈들도 어쨌든 망가지고 쓸모없게 됐을 것이오」』 『「또 내가 동물이고 가축이었을 때는 인간들이 날 찌르고 자르고 죽인 뒤, 튀기고 지지고 먹고 했을 텐데 그럼 얼마나 많은 눈이 이유 없이 무의미하게 버려졌겠소. 생을 거듭해서 그러했을 것이오. 얼마나 많은 생명이 그렇게 해를 입었겠소? 그 수의 두 배나 되는 눈이 허망하게 망가지고 파괴됐을 것 아니오? 셀 수도 없을 것이오」』
『「인간의 몸이었을 때도 때론 오래 살고, 때론 일찍 죽고, 또 명예와 재물을 놓고 서로 싸우고 죽였을 텐데 그렇게 나고 죽은 몸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이오. 그래서 그렇게 죽고 파괴된 몸과 더불어 이 모든 눈들도 아무 쓸모 없이 버려졌던 것이오. 수많은 눈들이 버려지고 파괴되고 쓸모없이 사라졌소」』 『「내가 천국에 있어서 천국의 궁전에 머물며 천국의 복락을 누렸다고 해도 공덕이 다하면 다가올 업에 따라 다시 태어나야 하오. 그리고 그 때에도 그런 천국의 몸은 수없이 많았을 것이오」』 『「태곳적부터 삼계를 윤회하면서 동물 또는 인간으로 태어났소. 감각적 쾌락이나 탐욕, 폭력, 악행 때문에 말이오. 그런 상황에서 무수한 육신이 부서져 흙먼지가 되었소. 그런 몸은 어떤 좋은 일에 쓸 수도 없고 훗날 성불을 위한 선한 종자가 될 수도 없소」』
『「그 아득한 옛날부터 이 몸은 다 쓸모 없었소. 그래서 모든 부처님께 대신 내게 지혜안을 주십사 청하기 위해 이 육안을 보시하는 것이오. 그러고 나서 내가 부처가 되면 그 지혜안으로 그대들 모두에게 지혜안을 줄 것이오. 그런데 왜 막으려 하오? 내 목적은 이러하니 날 막으려 하지 마시오」』 『모두 그 말을 듣고 아무도 더는 왕의 결단을 가로막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쾌목왕은 모두가 잠잠해진 걸 보고 부하에게 말했다. 「칼을 가져와 내 눈을 빼거라」 그러자 부하들, 좌우의 호위병들은 말했다. 「폐하, 죽을지언정, 저희는 그리 못합니다. 저희 손으로 폐하의 눈을 칼로 도려내는 일은 차마 못 하겠습니다」』 차라리 죽겠단 거죠. 그 정도로 왕을 사랑했죠. 『그러자 왕이 말했다. 「좋다. 그럼 나가서 대신할 사람을 찾거라」 그런 사람을 찾지 못하자 왕은 이렇게 말했다. 「눈이 어두운 사람을 나가서 찾아보아라」 기형 눈처럼 아래만 볼 수 있고 위로는 보지를 못해서 상대가 누구인지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그런 사람을 말이다』
『마침내 그런 사람을 찾아서 왕은 그에게 칼을 주며 자신의 눈을 빼라고 했고 그는 그대로 행했다. 먼저 왼쪽 눈을 빼서 왕의 손에 올려 놨고 그 다음 다른 쪽 눈을 마저 빼서 다른 쪽 손에 올려 놨다. 아니, 처음에 왼쪽 눈을 빼서 그걸 왕의 손에 올려 놨다』 『그러자 왕은 눈을 들어 이렇게 서원했다. 「이 눈을 눈먼 자에게 주어 이 공덕으로 제가 성불하길 서원합니다. 제가 진실로 신실하다면 이 브라만이 이 눈을 자기 눈처럼 사용하여 시력을 되찾게 하소서」 그런 뒤 왼쪽 눈을 눈 먼 브라만의 왼쪽 안와에 끼웠다』 『그러자 눈 먼 브라만은 눈 하나만으로도 바로 볼 수 있었다. 왕과 주위의 사람들이 보였다. 그는 정말 기뻐하며 이렇게 말했다. 「폐하, 하나면 족합니다. 이미 보입니다. 다른 눈은 됐습니다. 둘 다 원치는 않습니다」 하지만 왕은 말했다. 「두 눈을 주겠다고 약속했으니 두 눈을 너에게 줄 것이다. 기쁘게 받거라」
『그리하여 그 사람이 왕의 오른쪽 눈도 빼서 왕의 손에 올려놨다. 그러자 왕은 그 눈도 들어서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며 「이 공덕으로 성불만을 원합니다」라고 했다」』 모든 공덕을 모아 성불하겠다는 것이죠. 『「브라만이 두 눈으로 보게 하소서」 그런 뒤, 눈 먼 브라만의 안와에 눈을 끼웠다. 그러자 그의 두 눈이 정상으로 돌아왔고 모든 게 잘 보였다. 정말 신기하고 귀한 건 그 브라만이 모든 걸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사람뿐 아니라 모든 곳, 나라 전역과 다른 나라들도 볼 수 있었다. 온 세상을 볼 수 있었다』
그런 특별한 눈을 보시한 것이었어요. 『왕은 그런 희생을 했고 왕처럼 그런 일을 하려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왕은 분명 아주 비범한 초인이었을 것이다. 영원한 몸을 얻기 위해서 자신의 육신을 티끌이나 돌멩이처럼 하찮게 여겼다. 그때부터 이런 전통이 시작되었다』 세상에, 그렇게 하나요? 어쩌면요. 요즘에도 그러나요? 자신의 눈을 다른 이에게 줄 수 있어요? (예) 지금도 그러나요? (예) 정말로요? 어떻게 봤죠? 어디서 봤어요? (사람이 죽으면 장기를…) 아, 네, 네. 죽은 사람의 눈도 쓸 수 있나요? (예) 정말요? 시력이 실제로 회복됐고요? (예) 와, 상상해봐요! 그럼 그렇게 시작됐군요. 여기서 말했듯이요. 이때부터 시작된 기적적인 의료 현상이군요. 이 책에서 그렇다고 해요.
『그때 온 우주가 진동했고 천국의 모든 궁전이 심하게 흔들렸다. 천인들과 천국의 왕들은 크게 놀라고 두려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보려고 내려다봤다. 그때 그들은 어떤 보살이 자신의 눈을 빼서 눈 먼 자에게 보시하는 걸 보았다. 그래서 모두 날아 내려와 사방에 꽃을 뿌리며 그 왕에게 공양을 올렸다』 『그들은 왕을 찬탄하며 이렇게 물었다. 「보살이시여, 자신의 육신조차 개의치 않고 큰 고통을 받으며 이런 공양을 하시는데 이와 같은 공덕으로 천국에서 어떤 지위를 얻길 원하시는지요?」
『왕은 말했다. 「나는 마야 왕이 되길 원치 않고 범천이 되길 원치 않습니다. 이 공덕으로 제석천이나 전륜성왕이 되어 삼계 내의 자유와 축복을 누리기를 원치 않습니다. 나는 오직 성불해서 모든 중생이 생사윤회와 삼악도의 고통에서 벗어나서 열반을 얻고 영원한 지복을 누리도록 돕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때 천국의 왕들 중, 아마 제석천이겠죠. 또 제석천일 거예요. 『그 천국의 왕이 말했다. 「하지만 그런 고통을 받고도 불만은 없소? 후회는 안 하시오?」 왕은 「후회 안 합니다. 조금도요」라고 말했다.
『그 천국의 왕은 다시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피가 철철 흐르고 몸이 그리 창백해졌는데 불만도 없고 일말의 후회도 없다니, 정말 믿기 어렵소」』 아마 또 제석천일 거예요. 아수라 천국의 신이요. 『그러자 왕은 말했다. 「날 믿지 못하겠다면 이렇게 서원하겠습니다. 난 성심으로 이 보시를 했으며 그건 오직 성불하기 위한 것입니다. 내 말이 내 생각과 부합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터인데, 제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제 눈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게 하소서」 그러자 즉시 눈이 다시 생겼고 전처럼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이전보다 더 멀리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천국과 지상의 모든 이가 무척 기뻐하며 부처의 도를 따르려는 그 왕의 강철같은 의지에 크게 감동했다』
하지만 당시 왕은 아직 성불하지 않았죠. 아직 갈 길이 멀었어요. 생각해보세요. 오직 성불만을 위한 거였어요. 『모두 왕을 찬탄하며 말했다. 「분명히 훗날 부처가 되실 것입니다」 그러자 쾌목왕은 눈이 멀었던 브라만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늘은 너에게 육안을 주지만 훗날 내가 부처가 되면 너에게 지혜안도 줄 것이다」』 『그런 뒤 왕은 신하들을 불러 이 브라만을 왕실 창고로 데려가 원하는 건 뭐든 가져가게 했다. 금이든, 돈이든, 옷이든 원하는 건 모두 말이다』 『나쁜 왕 바라바밧디는 이에 관해 들었고 돌아온 브라만을 나와서 맞이하며 말했다. 「왕의 눈을 얻을 수 있었느냐?」』 브라만은 말했다. 「예, 이제 모든 걸 보고 왕처럼 멀리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쾌목왕은 죽은 것이냐?」 「폐하, 저들이 왕의 눈을 뺐을 때 왕은 많은 피를 흘리며 큰 고통을 당했습니다. 피가 온 몸을 적셨습니다. 아주 끔찍했고 무서웠습니다. 하지만 많은 천인들이 내려와 왕의 의도를 묻고 의심하자, 왕은 자신이 신실하다면 눈이 다시 회복될 거라고 서약했고, 그러자 정말 그렇게 되어 눈이 다시 돌아왔고 이전보다 더 잘 볼 수 있었습니다」』 『나쁜 바라바밧디 왕은 이 말을 듣고 몹시 분개했다. 가슴에 울화가 치밀었다. 실제로 심장이 갈라져서 쓰러져 죽었다』